치매 초기증상 대처법 — 시조 시인이셨던 어르신이 동화책을 펼치신 날

 센터에서 처음 그 어르신을 뵀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칠십 중반이라고 하셨는데, 피부가 희고 고우 신데다 한 미모 하셔서 나이가 전혀 믿기지 않았거든요. 키도 크시고 자태가 워낙 고우셔서, 주변 선생님들이 저한테 그분과 닮았다는 기분 좋은 농담을 던지실 정도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자꾸 눈길이 가고 괜히 정이 듬뿍 가는 분이셨죠.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만 쳐도 작품이 나오는 진짜 시조 시인이셨습니다. 어쩐지 항상 선생님들에게도 존댓말을 쓰시고 가끔씩 번뜩이는 지적 수준에 놀라곤 했던 게 괜한 것이 아니었더라고요. 그 고운 외모에 멋진 이력까지 알고 나니 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멋진 분이 주간보호센터에 오시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치매 때문이었습니다. 칠십 중반이라는 너무나 이른 나이에 찾아온 기억의 그림자가 참 안타깝고 가슴 아팠습니다.



단발의 단아한 70대 여성어르신의 동화책읽는모습





예쁜 치매'라는 말 뒤에 숨은 안타까운 행동들

센터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그분을 조심스레 '예쁜 치매'라고 불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멀쩡하셨거든요. 걸음걸이도 바르시고, 식사도 잘하시고,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아픈 분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치매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서 같은 말씀을 끊임없이 반복하셨고, 자꾸만 집에 가시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맴도시곤 했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달래드려야 할지 저도 처음엔 참 막막했습니다. 조용히 붙잡고 달래드려도 그때뿐이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금방 다시 불안해하며 일어나셨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좋은 생각이 스쳐 우연히 책 한 권을 쥐여드려 보았습니다.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동화책이었습니다.


치매도 쉽게 지우지 못한 평생의 습관, 활자가 준 기적

책을 받으신 어르신이 가만히 책장을 펼치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글자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셨습니다. 신기하게도 집에 가시겠다며 불안해하시던 행동이 거짓말처럼 멈췄습니다. 끝없이 반복하시던 이야기도 잦아들었습니다. 그저 고요하게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센터에 울렸습니다.

저는 그 순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함께 있던 선생님들도 모두 놀라워하셨죠. 그다음부터는 어르신이 마음을 잡지 못하고 불안해하실 때마다 조용히 읽을거리를 건네드렸습니다. 동화책이든 만화책이든 활자가 있는 책이면 무엇이든 통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치매가 오면 최근 기억부터 희미해지지만, 평생 몸에 밴 깊은 습관이나 오래된 기억은 가장 나중까지 머릿속에 남는 법이니까요. 평생 글을 사랑하고 시를 쓰셨던 분이다 보니, 활자가 인쇄된 책을 펼치는 순간 몸이 기억하는 평온함이 반사적으로 살아난 것이었습니다. 살아온 삶의 깊은 궤적은 병마도 쉽게 지우지 못하는구나 싶어 가슴 한구석이 찡해졌습니다.


주간보호센터의 역할과 조기 개입이 필요한 이유

그분이 조용히 집중하시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깊은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이토록 총명하신 분인데, 조금만 더 일찍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용하시는 주간보호센터는 일상생활을 안전하게 지켜드리는 '돌봄'의 공간이지, 치매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은 아닙니다. 어르신들이 낮 동안 편안하게 소통하고 활동하실 수 있도록 정성껏 케어해 드릴 수는 있지만,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완벽히 요구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어르신처럼 아직 신체 활동이 자유롭고, 글을 읽으실 수 있으며, 소통이 원활한 초기 단계일수록 '치매안심센터' 같은 전문 기관의 조기 개입이 정말 중요합니다. 발견이 빠를수록, 그리고 전문가의 관리가 일찍 시작될수록 향후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현장에서 일하며 수없이 느껴왔습니다.


잊지 말고 꼭 문을 두드려야 할 '치매안심센터'

현재 전국 시군구 보건소 산하에는 '치매안심센터'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치매가 의심되는 초기 단계에 꼭 필요한 무료 선별 검진부터 시작해, 정밀 검사 연계, 환자 등록 관리, 그리고 기저귀 같은 꼭 필요한 조호물품 지원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치매는 절대로 '나이 들면 다 그런 거지' 하고 미루거나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루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습니다. 부모님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거나 일상에서 작은 변화가 감지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관할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 보시는 것이 가족 모두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첫걸음입니다.

동화책 책장을 조용히 넘기시던 그분의 평화로운 실루엣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그리워집니다. 비록 센터에서 건넨 책 한 권의 작은 위로였지만, 앞으로는 우리 사회의 복지 안전망이 더 촘촘해져서 초기 단계의 어르신들이 늦지 않게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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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면 든든한 치매안심센터 기본 정보

  • 지원 대상: 만 60세 이상 어르신 누구나 무료 선별 검사 가능
  • 주요 혜택: 치매 조기 검진, 치매 치료 관리비 지원, 조호물품 무상 제공, 치매 환자 쉼터 운영
  • 신청 방법: 거주지 관할 보건소 내 치매안심센터 방문 또는 보건복지상담센터(129),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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