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생각나면 지금도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백 세가 넘으신 어르신이었습니다.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총명하셨거든요. 프로그램 시간마다 누구보다 또렷하게 참여하셨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나 조리 있으신지 옆에서 듣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가 고르시고 입매가 어찌나 예쁘신지, 저는 그분이 말씀하실 때마다 괜히 흐뭇해지곤 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너무나 고우시고 100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말이지 저에겐 존재 자체가 경이로운 분이셨습니다.
식사도 잘하시고 매일 센터에 건강하게 잘 다니셨거든요. 그런데 하루 이틀 센터에 안 보이시더니, 갑자기 덜컥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리에 힘이 훅 빠지셔서 더 이상 센터에 나오시지 못하게 되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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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어르신의 단아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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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이 계신 임실로, 어쩔 수 없는 요양원행
워낙에 평소 모습이 꼿꼿하고 총명하셨던 분이라 그러셨을까요. 당신의 다리에 힘이 빠져 더 이상 혼자 지내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즉각 인정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스스로 결단을 내리셨다고 해요. 장남 곁으로 가야겠다고, 그것도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으셨는지 장남이 있는 지역의 '요양원'으로 들어가겠다고 직접 결정하셨다는 겁니다.
장남분이 계신 곳은 치즈로 유명한 임실이었습니다. 어르신이 정붙이고 지내시던 천안에서는 참 멀고도 낯선 곳인데 말이죠. 다리가 불편해지셨다는 이유 하나로, 그렇게 모든 것을 스스로 정리하고 훌쩍 떠나셨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정정하시던 분이, 그렇게 총명하시던 분이, 다리 하나가 불편해지셨다는 이유로 요양원으로 가셔야 했습니다. 그것도 낯선 타지로요. 더 가슴 아팠던 건 그다음에 들려온 소식이었습니다. 요양원에 가신 이후로 치매 증상이 생기셨다는 거였거든요.
요양원에 가시면 왜 훌쩍 나빠지실까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이런 경우를 여러 번 봐왔습니다. 멀쩡하게 생활하시다가 요양원에 가신 이후로 급격하게 나빠지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처음엔 다들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전문 인력이 있고 24시간 돌봄이 되니까 오히려 더 좋은 환경 아니냐고요.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가족들과 떨어지고, 익숙한 공간을 잃고, 하루하루가 정해진 일과로만 돌아가는 생활이 시작되면 어르신들은 빠르게 무기력해지시더라고요. 자극이 줄어들고, 대화가 줄어들고, 움직임이 줄어드는 겁니다. 그게 몸과 마음을 동시에 약하게 만듭니다. 천안에서 매일 프로그램 하시고, 사람들과 웃고 떠드시던 분이 갑자기 낯선 곳에서 요양원 생활을 시작하셨을 때 얼마나 혼란스러우셨을까요. 다리가 불편해지셨다고 곧바로 요양원이 정답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육아휴직은 당연한데, 가족돌봄휴직은 그림의 떡?
100세 시대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고요. 그런데 우리 제도는 아직 거기까지 따라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육아휴직을 씁니다. 통상임금의 80%, 최대 월 250만 원까지 급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편찮으시면요? 다리가 불편해지신 백 세 어르신을 곁에서 돌봐드리고 싶은 자녀가 있다면요? 현실은 일을 그만두거나, 요양원에 맡기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제도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연간 최장 90일까지 쓸 수 있는 '가족돌봄휴직'이 있고, 긴급할 때 쓰는 '가족돌봄휴가'도 있습니다.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둘 다 공식적으로 '무급'이라는 겁니다.
100세 시대, 제도는 현실을 담아내야 합니다
쉬는 동안 한 푼도 안 나오는데, 생계가 있는 직장인이 90일을 무급으로 쉬면서 부모님을 돌볼 수 있는 가정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제도가 있어도 쓸 수가 없으니 결국 선택지는 요양원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아이를 낳으면 유급 육아휴직을 주듯이,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유급 가족돌봄 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가족 곁에서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드려야 합니다. 그 시간이 어르신들을 얼마나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지켜드릴 수 있는지는 현장에서 직접 땀 흘려본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백 세 어르신이 임실로 떠나시던 날, 그냥 보내드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게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앞으로는 요양원이 전부가 아닌, 가족 곁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알아두면 쓸 수 있는 가족돌봄 제도 정리
- 가족돌봄휴직: 부모, 배우자, 자녀 등 노령·질병·사고 시 연간 최장 90일 (무급, 근속기간 포함)
- 가족돌봄휴가: 긴급 돌봄 상황 시 연간 최대 10일, 일 단위 사용 가능 (무급)
- 신청방법: 돌봄 시작 30일 전까지 사업주에게 서면 제출
- 사업주 거부 시: 5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 관련 문의: 고용노동부 고객센터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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